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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The Kooh> 고성배 편집장 인터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삽시다

 

립잡지 <The Kooh> 편집장 고성배


1인 독립잡지 <The Kooh>를 만들고 있는 고성배 편집장은 흔치 않은 취향일지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이다. 그가 전하는 덕후, 덕질의 즐거움에 대해 들어보자.


고성배 편집장 인터뷰

왼쪽부터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 김세빈 대리, 고성배 편집장. 


본래 오타쿠는 어딘가 음침한 사회 부적응자를 연상시켰다. 그런데 이 오타쿠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국식으로 ‘오덕후’. 여기에 친한 친구 사이에 성을 빼고 이름을 부르듯 첫 글자를 빼고 ‘덕후’라고 부른다. 덕후의 의미는 이제 자신의 취미를 즐길 줄 아는 사람 혹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사람으로까지 변화했다. 

그 저변에는 고성배 편집장이 있다. 그는 ‘a.k.a. 덕집장’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10만 덕후를 양성하기 위한 1인 독립잡지 <The Kooh>를 창간했다. 한 호당 덕후 1만 명 확보를 목표로 짧고 굵게 딱 10호까지만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10호를 채 다 발행하기도 전에 반응은 이미 뜨겁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독립잡지 편집장이 된 다소 독특한 이력의 그에게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최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다양한 아티스트와 덕후를 주제로 전시도 진행했다. 이렇게 덕후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왔다. 


잡지 창간 이유


김세빈 대리(이하 김) 많은 주제 중 덕후로 잡지를 창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성배 편집장(이하 고) 책 만들기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멘토님이 자기와 가장 닮은 주제로 책을 만들어야 진실성 있는 작품이 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주위에서 덕후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으니, 이를 콘텐츠로 풀어내면 재밌을 것 같아 선정했습니다. 


잡지를 통해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이를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주안을 두고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피드백을 바라고 만든 잡지는 아니어서요(웃음). 잡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저도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었거든요.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로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던 때라 어떻게 하면 삶이 조금이나마 재밌어질 수 있을지 고민이었는데 마침 책 만들기 수업을 들었고, 그게 독립잡지 출간으로 이어진 거죠. 


잡지를 만들면서 여러 종류의 덕후를 만나셨을 텐데 그중 ‘정말 경이롭다’라고 생각한 덕후나 덕질이 있었나요? 

글쎄요. 사실 대다수의 덕후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분들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소소하게 그리고 꾸준히 즐기고 있는 분들이죠. <The Kooh>에 나오는 분들이나 피드백을 보내주시는 분들 모두 기이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자신의 취미를 건전하게 공유하는 사람입니다. 


1인 독립잡지다 보니 혼자 촬영부터 원고 작성, 디자인 작업까지 모든 것을 하시잖아요. 힘든 점은 없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눈치 안 보고 하니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일을 받아서 하려니 글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작업도 괴롭고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것에 오롯이 집중해서 하다 보니 창작에 대한 압박감은 없고 오히려 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덕후의 의미


“덕질이 우리 삶을 이롭게 한다”라는 편집장님의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덕질에서 좋은 영향을 이끌어내기 위한 편집장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보통 덕질을 수집 개념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저는 덕질의 참 의미는 좋아하는 것을 재생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수집에만 머문다면 개인 만족으로 끝나거든요. 예를 들어 미드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덕질이 퇴근 후에 미드 보기에서 끝난다면 결국 드라마를 봤다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활동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덕질의 질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말하는 성공한 덕후들을 보면 취미를 바탕으로 2차 생산을 해 인정받은 분이거든요. 꼭 거창한 글이나 영상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단순한 낙서라도 시작해보세요.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이로움이 있을까요? 


취미, 마니아, 덕후. 이 세 단어는 어떤 것을 즐기고 좋아한다는 의미는 같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르게 다가옵니다. 편집장님은 이 단어들을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덕후라는 단어를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하지만 실제로 그리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진 않잖아요. 누구나 다 관심사가 있고 단지 종류가 다를 뿐인데 괴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로 다른 이의 취향을 폄하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이 세 단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실 덕후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요? 주변에 몇몇은 운동에 빠져 매일 피트니스센터를 찾고, 또 몇몇은 옷을 너무 좋아해 아침마다 한 시간씩 거울 앞에서 의상을 고르다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인데, 그 취향이 마이너하다고 편을 나누는 건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 같아요. 


현재 편집장님은 무엇에 빠져 계신지요. 또 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복고풍 물건을 좋아해요. 제가 수집한 책을 보면 옛날 잡지나 오래된 책이 많습니다. 또 《줄넘기 백과사전》처럼 독특한 주제의 책도 모아요. 이런 것들을 보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돼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그래서 계속 사 모으는 것 같아요. 한때는 이런 수집품을 정리해서 리스트도 만들고 전시도 해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 수가 너무 방대해져서 관심 있는 지인들한테만 보여주고 있어요. 


덕후 인기의 요인


불과 몇 년 사이에 덕후를 중심으로 한 상품이 출시되는 등 덕후들의 세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덕후의 인기 요인,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미디어 덕분이죠. 대중 미디어를 보면 다양한 것을 수집하고 거기에 빠진 연예인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 덕에 시청자들도 호기심을 갖게 되고 또 혼자서만 하던 것을 공유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덕후가 이상하게 표현돼 속상할 때도 있어요. 일례로 모 프로그램에서 치킨 덕후를 소개할 때, ‘치킨의 맛으로 상호를 알아맞히는 사람’으로 스토리텔링하더라고요. 그건 덕후가 아니라 미각이 뛰어난 기인 아닌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소하게 즐기면서 이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흥밋거리가 되는 사람이 조명받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후라 하면 ‘덜 자란 어른’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덕질의 범위가 과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피겨 같은 특정 수집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점차 문화 전반적인 측면에서의 애호 활동으로 변하고 있죠. 넓어진 분야 안에서 각자의 취향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신한금융그룹에도 남모르게 ‘덕후’ 생활 중인 신한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영위하는 행위는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쩌면 왜 돈이 안 되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허비하느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잡지를 만들 때 이와 같은 말을 무수히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요. 계속하다 보니 독립잡지로서 나름의 가치도 갖게 됐고 활동 영역도 넓어졌습니다. 지금 《신한인》에서 인터뷰를 하러 오신 것도 이 덕분이잖아요. 또 얼마 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도 열 수 있었습니다. 지속성을 가지고 하다 보면 뭐가 돼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은 자신이지 결코 타인의 시선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 당당하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삽시다!


* 본 포스팅은 신한인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 글 김세빈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 대리, 그룹기자단, 사진 최항석, 장소 협조 장수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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